내 작업환경 - 운영체제

컴퓨터 Tip 2011.01.02 01:56 Posted by 몽백작

난 하루의 절반 이상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프로그래머이다. 나에게 작업환경이란 컴퓨터를 포함한 컴퓨터에 설치된 운영체제, 그리고 각종 도구들을 말한다. 연구소에서 일한지 벌써 3년째를 맞고 있는데 지난 2년 동안은 컴퓨터, 운영체제, 작업 방식, 사용하는 도구들에 있어서 개인적으로 참 많은 변화를 겪게된 시기였던지라 이렇게 한번 정리를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 내 자리에는 두 대의 컴퓨터가 있다. 하나는 조립으로 맞춘 데스크탑, 또 하나는 맥북이다. 내가 연구소에서 일한 2년 동안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상당히 자주 운영체제를 바꾼 편이다. 처음에는 Windows XP였다. 그 첫번째 이유는 어쩔수 없이 '남들이 다 쓰니까'이다. 사내 인트라넷은 여느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ActiveX로 떡칠이 되어 있고 자료 정리, 문서 작성에도 주로 MS Office를 통해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더 큰 이유는 그 시절 나의 제한적인 시야에 있었다. 나 역시 보통의 사람들처럼 Windows XP 만이 당연한 정답으로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그것 밖에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것 밖에 쓸 수 없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그러다 일년 이후 Vista로 바꿨다. 이유는 단 하나이다. 작업 창 간 전환(alt+tab)시 화살표 키로 창 전환을 못하는 것 때문이다. 나는 대부분 창을 많이 띄어놓고 작업하기 때문에 창 전환이 빨르면 좋은데 alt+tab으로 일일이 순서대로 창을 선택해야 하는 점은 정말 불편하였다. Alt+tab과 화살표 키를 통해 빠른 창간 전환이 가능한 Vista, 그러나 나는 이마저도 정말 오래 쓰지 못하였다. 많은 다른 이들도 그렇게 평가하듯 얼마되지 않아 어딘지 모르게 삐그덕 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며칠 후 Windows 7이 출시되었다. 비록 바꾼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점이었지만 어차피 쓰고 있던 Vista도 마음에 들지 않던 터라 다시 포맷을 감행하였다. 처음에는 Windows 7에 대해 별 기대하지 않았었지만 직접 경험해보고 나서 난 정말 감탄하였다. 안정성은 Windows XP만큼이나 탄탄해진 느낌인데 Vista 특유의 Aero glass 테마를 유지하고 있었다. 작업표시줄도 훨씬 효율적으로 바뀌었다. 게다가 윈도 업데이트시 장치 드라이버까지 업데이트를 해주는 센스까지 발휘하였다. 그 후로 1년 가까이 Windows 7을 사용하였다.

Windows 7은 군더더기가 없었다. 게다가 탄탄하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딱 하나 단점이 있다면, (Windows 7이라기 보다는 전체 Windows 시리즈의 단점) 가상 데스크탑을 지원하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대부분 범용 리눅스 배포판에서는 가상으로 데스크탑 공간을 여러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Mac OS X에서도 Space and Expose라는 이름으로 지원한다. 하지만 Windows에서는 지원하지 않는다. 이런 것과 비슷한 기능을 하게 해주는 프로그램이 별도로 있기는 하지만 안그래도 꽉 차있는 시스템 트레이를 또 차지하면서 100%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그런데 정작 Windows 7에서 다른 운영체제로 모험을 감행한 원인은 따로 있었다. 바로 '보안감사'와 '내PC지키미'라는 멍청한 보안 프로그램이다.


내PC지키미를 실행해봤더니 국가정보원과 국가보안기술연구소의 로고가 찍혀 있었다. 국내 최고의 보안 기관에서 만들었으니 제대로 내 PC를 지켜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내 예상은 여지없이 비켜가고 말았다. 이 프로그램은 IE로 사내 인트라넷에 접근할 때 이상한 팝업을 띄우더니 Java plugin이 바이러스라고 의심이 된다며 실행을 마구 차단시키는 것이 아닌가. 아무래도 인트라넷 중 일부 기능이 Java applet을 사용해서 플러그인이 동작된 것 같은데, 도대체 이 지키미는 어떤 기준으로 Java를 의심스럽다고 하는 건지,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 외에도 몇가지 ActiveX를 무조건 차단해버린 결과 결국 회사 업무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게다가 프로그램 구동 방식이나 UI 자체도 조악하기 그지 없었다. 또한 이 지키미는 바이러스마냥 삭제도 어려웠다. '프로그램 추가/제거'에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어 정상적인 방법으로 삭제가 불가능하였다. 결국 구글링을 통해 모 관공서 게시판에서 삭제 프로그램을 찾아 실행한 뒤 겨우 삭제할 수 있었다. 이 짓으로 바쁜 일주일 중 하루를 날려먹고 나니 MS Windows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물론 평소에도 그런 생각들은 없었던 것도 아니나 적어도 회사에서 만큼은 Windows를 써야 한다는 미련(?)조차 말끔이 날려버렸다.

나의 4번째 운영체제는 우분투 리눅스이다. 물론 집의 데스크탑 운영체제로도 사용하고 있던 터라 설치나 환경 설정, 사용 등에 대해서 부담감은 전혀 없었다. 다만 Office와 인트라넷이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다행히 VMware Workstation 라이선스는 회사에서 보유 중이니 vmware를 믿어보기로 하였다. 게다가 어차피 그 부분은 내 업무의 아주 작은 일부분일 뿐이지 정말 주로 하는 일들은 대부분 리눅스 환경에서 가능하다. 아니, 오히려 Windows에 Cygwin을 설치해서 쉘을 사용했었으니, 리눅스 환경이 더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하루의 고민 끝에 우분투 리눅스를 다운로드 받아 설치하였다. 그리고 약 한달이 되어가는 지금 매우 만족스럽게 쓰고 있다. 이는 우분투 리눅스 자체가 꽤 훌륭한 수준인 점도 있지만 이미 내가 주로 사용하는 웹 브라우저(구글 크롬 또는 파이어폭스), 작업환경 관련 프로그램들(이클립스, bash) 등이 이미 멀티플랫폼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에 얻게 된 맥북 프로 덕분에 Mac OS X도 동시에 쓰고 있다. Mac OS X는 국내에서는 아이폰 덕택에 사용자층이 상당히 늘어난 케이스이긴 하지만 미국의 대학생들은 대부분 맥을 쓴다. 제작년과 작년에 학회 참석차 갈 수 있었던 미국 유명 대학교들을 방문하고서야 이를 직접 실감할 수 있었다. 그 전부터 해킨토시를 만들어 몇차례 시도한 적이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맥을 갖고 싶다고 느낀건 아마 미국 출장 이후가 아닐까 싶다. 아무튼 Mac OS X에서도 멀티플랫폼을 지원하는 대부분의 프로그램 덕분에 별다른 어려움을 못 느끼고 있다.

우분투 리눅스와 Mac OS X 덕분에 Windows 운영체제는 전부 vmware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물론 이렇게 사용하기 시작한지 아직 한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별 어려움 없이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뭔가 좀 안되면 어떠랴. 요즘 같이 인터넷이 발달되어 있는 시대에 항상 어딘가에 해답은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시도하면서 안되는 부분들을 고쳐가면서 공부하는 것도 개발자에게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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