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N을 연구한 2년

Internet of Things 2011.01.05 09:55 Posted by 몽백작

무선 센서 네트워크(Wireless Sensor Networks)라는 분야를 선택하고 공부한지 어느 덧 2년. 시간이 흘러 졸업과 새로운 시작을 동시에 앞둔 지금 2년전 내 선택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무엇을 했는가? WSN은 유망하리라던 내 예상은 옳았는가? 나는 후회하지 않는가? 등등 정리를 하고 넘어가야 새로운 시작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WSN은 현재 진행형이다. 더 이상 새롭게 촉망받는 기술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다 죽은, 끝장난 기술도 아니다. 학계 동향이 그동안 어떻게 변해갔는지 간략히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 2000년 전후, WSN 등장과 함께 전 학계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
  • 이후 2006~2007년까지는 MAC 및 라우팅 프로토콜에 집중
  • 2008년 이후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중요성 대두로 IPv6 관심
  • 2009, 2010년 에너지 문제에 USN 적용 시도(스마트그리드) 중
나의 경우 무선 통신과 관련한 연구 주제가 거의 바닥을 보인 2009년에 석사생활을 시작했으니 사실 너무 늦은 시기에 시작하였다. 문제는 내공이 부족한 탓에 너무 늦었다는 것도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는 점이다. 그래서 조금 고생을 했다. 연구할 주제가 없는 대학원생은 힘들고 서글프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이런 상태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이 있었으니, 2009년 늦가을 WSN 분야의 메이저급 학회인 SenSys에 참가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 학회에 다녀온 이후 어설프게 새로운 MAC, 라우팅 프로토콜을 만들어 봐야 완전 획기적이지 않은 이상 아무도 봐주지 않는 쓰잘데기 없는 일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쪽을 포기하고 무엇을 할지 고민고민하다가 손에 붙잡은 것이 IPv6 표준문서이다. 사실 USN에서 IP를 적용해보자는 큰 논의는 2008년 SenSys에서 있었다. 그 여파로 2009년 SenSys와 연합하여 열린 1회 BuildSys 워크샵에서 두어개 논문이 발표되었다. 나의 경우는 거꾸로 BuildSys의 논문 두 편을 보고 2008년 SenSys에서 발표된 Jonathan Hui의 'IP is Dead, Long-Live IP for Wireless Sensor Networks'를 접하게 되었다.

그의 논문의 주 내용은 그 동안 WSN 분야의 틀에 박힌 첫번째 가정인 'severe resource-constrained nodes(몹시 자원이 제한적인 노드들)'에서 IPv6를 가능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의 논문은 단순한 구현 논문 수준에서 벗어나 IPv6 표준을 구현하되 그 동안 학계에서 제안되어 온 WSN 관련 기술들을 함께 적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타당한 근거들과 함께 '이제 우리 다같이 IPv6를 하자'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그 전만 해도 나 역시도 IPv6를 8비트 마이크로컨트롤러에 구현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 여겼다. 설상 가능하다 하더라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유가 부족했다. 하지만 그 논문이 내 생각을 바꿔 놓았다. IPv6를 하는 이유는 충분했다. 그것은 바로 사람들이 쓰게 하기 위해서 였다.

어차피 딱히 할 일도 없었으니 나도 한번 해보기로 했다. 구현할 운영체제로는 당연히 NanoQplus를 선택했다. 이럴 때 직접 만들 수 있는 운영체제가 있다는 점은 참 행복한 일이다. 만약 직접 다루는 운영체제가 없다면 함부로 구현해야 겠다는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대학원으로 UST를 택한 것과 ETRI의 지금 팀에 들어온 것은 참 잘한 일인 것 같다.

의욕에 넘쳐서 덤벼들어서 6LoWPAN 적응 계층과 IPv6, ICMPv6, UDP 까지 작성해서 간단한 1홉 에코 서버, 클라이언트, 그리고 핑 프로그램 등 예제 프로그램을 만들기까지 거의 한 달이 걸렸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인터넷 표준이라는 것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IETF의 메일링 리스트를 구독하여 그들의 주고 받는 대화를 항상 따라가야 했다. 새롭게 구현하고, 다듬고, 수정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야 했다. 한번은 6LoWPAN용 이웃 탐색과 관련하여 IETF 표준화 회의 전후로 방향이 전면 수정되는 일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거의다 구현을 완료했었는데 눈물을 머금고 갈아 엎어야 했던 기억도 있다.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국내 학회논문 2편과 해외 학회논문 1편이 나왔다. 나름 괜찮은 소득이었다. 마침내 한 학기가 남은 시점, 학위 논문의 주제는 그 동안 삽질해온 NanoQplus위에 IPv6, 6LoWPAN, 그리고 RPL 등 구현으로 택했다. 여기에 실험과 검증, 개선 등 과정을 통하여 결과를 낼 수 있었고 논문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다. 석사 생활 2년중 방황으로 1년, 미친듯 코딩으로 1년을 보냈으니 나름 괜찮게 보낸 것이라 생각이 된다. 따라서 후회가 되진 않는다. 물론 절반을 방황하긴 했지만 그 방황의 시간이 있었기에 괜찮은 주제가 눈에 띄지 않았을까 싶다.

앞으로는 WSN이 어떻게 될까? 외국에서는 아직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하지만 국내에서는 시장이 없다고, 한심한 SI라고 지적한다. 시장은 어떤 기술이 정말 '쓸만해야' 열릴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런 면에서 WSN은 아직도 멀었다. 아직 쓸만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쓸만하지 않으니까 정부에서 진행한 시범 사업의 결과가 그저 '시범'의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닐까? 시범의 수준에만 머무르니 수요가 없고, 수요가 없으니 하드웨어 장비는 비싸기만 하다. 그러니 어디 한 곳에 적용할라 치면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다. 이런 악순환을 깨야 시장이 열리지 않을까?

난 IPv6의 적용이 WSN을 쓸만한 기술로 만드는데 일조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내가 만든 구현체가 우수한지 우수하지 않은지를 떠나 나름 뿌듯하기는 하다. 다행히 제작년 이후 주목받은 스마트 그리드에서 WSN에 IPv6를 적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정의하고 있으니 시간 낭비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일을 한번 끝까지 진행해보고 싶다. 지금 이 생각이 단순히 욕심일까? 글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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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태군 2012.04.08 22: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지나가다 들린 석사생입니다^^;
    저도 어쩌다보니 WSN을 연구분야로 진행하게 되었는데요,
    최근 M2M이다 IoT다 뭐다 해서 WSN+M2M을 연구중에 있습니다.
    원래 주로 하던것은 임베디드시스템인데ㅠ
    암튼;
    지금 제 생각은 WoT쪽을 공부해볼까 생각중입니다.
    네트워크쪽은 기본지식이 없어서 고생좀 할 생각이구요^^;
    아직 WSN관련 일을 하고 계신다면,
    조언을 얻고 싶습니다.
    그럼 바쁘시겠지만 답변 꼭~!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